여행 중 한 끼 식사가 인생관을 바꾼 순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늘 큰 장면을 기대한다. 유명한 풍경, 오래 기억에 남을 사건, 인생 사진 한 장. 하지만 돌아와서 가장 오래 남는 건 의외로 아주 사소한 순간인 경우가 많다. 나에게는 여행 중 우연히 먹은 한 끼 식사가 그랬다. 그 식사는 특별한 레스토랑도 아니었고, 누군가 추천해준 맛집도 아니었다. 그저 배가 고파 들어간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먹은 한 끼였다. 그런데 그 식사가, 내가 살아온 방식에 질문을 던졌다.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만난 장면
그날은 일정이 느슨했다. 굳이 어딜 가야 할 이유도 없었고, 그냥 걷다가 배가 고파졌다.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 간판도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메뉴는 이해하기 어려웠고, 주문도 어설펐다. 특별히 맛있을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음식이 나왔을 때도 그랬다. 보기엔 소박했고, 사진을 찍고 싶어질 만큼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한 입을 먹는 순간,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맛있다기보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급하게 먹지 않아도 됐고, 다음 일정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주변을 보니 그곳의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혼자 와서 천천히 먹는 사람, 아무 말 없이 식사에 집중하는 사람들. 누구도 시간을 아끼려 하지 않았다. 그 장면이 음식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아, 이렇게 먹어도 되는구나.’ 그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왜 나는 늘 식사마저 급했을까
그 한 끼를 먹으며, 이상하게 내 일상이 떠올랐다. 집에서의 식사, 회사에서의 점심, 약속 전 허겁지겁 먹던 끼니들. 늘 무언가를 하면서 먹었고, 식사는 쉬는 시간이 아니라 버티는 시간에 가까웠다. 빨리 먹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일종의 관문처럼.
그런데 이곳에서는 식사가 목적이었다. 먹기 위해 앉아 있고, 먹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나를 조금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효율적으로 살려고 했을까. 밥을 먹으면서도 시간을 계산하고, 생산성을 따졌을까.
그 한 끼는 말없이 질문을 던졌다.
‘왜 모든 시간을 의미 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해왔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이 정말 낭비일까?’
음식의 맛보다 그 질문이 더 오래 남았다. 여행지의 식당 한구석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살아왔는지를 깨달았다.
식사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그 이후로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두르며 먹을 때의 나와, 천천히 먹을 때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급하게 먹는 나는 늘 다음을 향해 있었고, 천천히 먹는 나는 지금에 머물러 있었다.
그 여행 이후, 일상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급한 날도 많다. 하지만 가끔은 그날의 식사를 떠올린다.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가, 아무 목적 없이 먹었던 한 끼. 그때 느꼈던 여유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어도, 흉내 정도는 낼 수 있게 되었다.
밥을 먹을 때만큼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굳이 속도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 작은 변화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꿨다. 식사가 달라지니 하루의 리듬이 조금 느려졌고, 느려진 리듬 속에서 나 자신을 덜 몰아붙이게 되었다.
여행 중 한 끼 식사가 인생관을 바꿨다고 하면 과장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관이라는 건 거창한 사건보다, 아주 사소한 깨달음에서 바뀌는 경우가 더 많다. 나에게는 그 한 끼가 그랬다.
맛집이 아니라도 좋고, 특별한 메뉴가 아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식사가 나에게 무엇을 말했는지다. 그날의 식사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그리고 그 말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꽤 오래 나를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