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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가장 많이 한 생각 하나

by 딱지쓰 2026. 2. 16.

여행 중 가장 많이 한 생각 하나


여행을 다녀오면 사람들은 묻는다. 뭐가 제일 좋았냐고, 어디가 기억에 남았냐고.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다른 대답을 하게 된다. 장소도, 음식도, 사람도 아닌, 여행 내내 가장 많이 했던 생각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다.
“나는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았을까.”

 

여행 중 가장 많이 한 생각 하나
여행 중 가장 많이 한 생각 하나

풍경 앞에서 자꾸만 일상이 떠올랐다


여행지의 풍경은 충분히 낯설었고, 아름다웠다. 처음 보는 거리, 처음 맡는 공기, 지도 없이 걷는 시간.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앞에서 감탄보다 먼저 떠오른 건, 일상이었다. 회사 메일, 미뤄둔 약속, 끝내지 못한 일들. 이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차지했다.
나는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왜 이렇게 다음을 생각하고 있지?’
‘왜 쉬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계속 움직이고 있지?’
여행지에서는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았고, 해야 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스스로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풍경보다 더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걷다가, 앉았다가, 커피를 마시다가도 같은 생각이 반복됐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아왔을까.

 

바쁨이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의 모습


그 생각은 여행 중 여러 장면에서 되풀이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일정이 비어 있는데도 괜히 불안해질 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후를 보내면서 스스로를 변명하게 될 때. ‘이렇게 보내도 되나’라는 질문이 자꾸 따라붙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바쁜 삶을 살았던 게 아니라, 바쁨에 익숙해진 사람이었다는 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바빴던 게 아니라, 늘 무언가를 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걸.
여행지는 그 습관을 아주 선명하게 드러냈다. 할 일이 사라진 공간에서, 나는 계속해서 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음 장소를 정하고, 다음 시간을 계산하고, 이 여행을 어떻게 ‘잘’ 보낼지 고민했다. 그 모든 생각의 바탕에는 같은 질문이 있었다.
‘나는 왜 멈추는 걸 이렇게 불안해하지?’
그래서 여행 중 가장 많이 한 생각은, 특정한 깨달음이라기보다 하나의 반복이었다. 나 자신을 관찰하게 만드는 질문.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를 계속해서 되돌아보게 만드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은 답을 주지 않고, 기준을 남겼다


여행이 끝날 무렵에도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는 하나 있었다. 그 생각이 나의 기준을 조금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바쁘지 않은 하루를 실패처럼 느꼈다면, 이제는 묻는다.
‘오늘은 왜 바빴지?’
‘정말 필요한 바쁨이었을까?’
여행 중 가장 많이 한 생각 하나는, 삶을 단번에 바꾸지 않았다. 대신 나를 자주 멈춰 세운다. 무언가를 하느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문득 여행지의 그 장면들이 떠오른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던 거리, 할 일이 없던 오후, 그런데도 불안해하던 나의 모습.
그 기억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지금도 굳이 이렇게 바쁠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여행 중 가장 많이 한 생각 하나는, 화려하지도 깊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생각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계속 나를 따라왔다. 장소는 돌아볼 수 없어도, 그 생각만큼은 일상 속에서 계속 반복된다.
어쩌면 여행의 의미는 새로운 생각을 얻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을 끝까지 해보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질문 하나를, 도망치지 않고 붙잡아보는 시간.
여행 중 가장 많이 한 생각 하나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유는,
그 질문이 지금의 삶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