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길 위의 소리만 기록한 글
여행지에서 길 위의 소리만 기록한 글여행을 하면 보통 눈이 먼저 바빠진다.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고, 사진을 찍느라 화면을 확인한다. 하지만 어느 날의 여행에서는 이상하게도, 보고 싶은 마음보다 듣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그래서 나는 그날 하루를, 풍경 대신 길 위의 소리만 기록하기로 했다. 보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보다, 들으면 더 오래 남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소리는 붙잡을 수 없어서 더 진짜 같았다여행지의 길을 걷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눈보다 귀를 열었다. 돌길 위를 밟을 때 나는 소리, 멀리서 섞여 오는 말들, 어디선가 닫히는 문 소리. 소리는 늘 먼저 도착하고,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사진은 프레임을 고르게 하지만, 소리는 선택할 수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동시..
2026. 2. 15.
여행지에서 보낸 하루를 시(詩) 형식으로 기록하기
여행지에서 보낸 하루를 시(詩) 형식으로 기록하기여행지에서의 하루는 이상하게도 빨리 사라진다. 아침에 나섰을 때의 공기, 점심 무렵의 빛, 저녁에 스친 감정들이 하루가 끝나면 하나로 뭉개진다. 사진을 남겨도, 일정표를 적어도, 그날의 느낌은 정확히 붙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나는 여행지에서의 하루를 시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문장이 아니라 ‘호흡’으로 하루를 남기고 싶었다여행지에서 하루를 일기처럼 쓰려고 하면 자꾸 설명이 길어진다. 어디를 갔고, 무엇을 먹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하지만 그렇게 적고 나면 정작 그날의 핵심은 빠져 있다. 기분의 온도, 몸의 리듬, 말로 옮기기 어려운 여백들.시를 쓰기로 한 건, 그 여백을 남기고 싶었기 때..
2026.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