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나는 이상한 결심을 했다.“내일은 아무 사진도 찍지 말자.”기념사진도, 풍경도, 음식도, 심지어 숙소 창밖의 하늘조차도. 여행을 기록하지 않겠다는 이 선택은, 여행을 더 깊이 남기기 위한 나만의 실험처럼 느껴졌다. 카메라를 내려놓자, 시선이 올라왔다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평소라면 가장 먼저 카메라 앱을 켰을 시간이었다. 빛의 각도, 구름의 모양, 거리의 색감을 계산하며 무의식적으로 화면 속 프레임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휴대폰은 가방 깊숙이 넣어두고, 꺼내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다.신기하게도, 카메라를 들지 않자 풍경이 달라 보였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풍경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사진을 찍을 때의 나는 늘 바빴다. 더 예쁜 구도,..